박힘찬 소믈리에와 함께하는 '열두 달의 와인 산책'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03회 작성일 26-01-17 15:58

본문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와인 친구, 소믈리에 박힘찬입니다.
와인은 정답을 찾는 시험이 아니라, 그날의 공기와 기분을 즐기는 여행과 같죠.
여러분의 1년을 더욱 근사하게 만들어줄 와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1월: 흔들리는 새해 결심을 붙잡아줄 '바롤로'

1월은 늘 비장하죠? 하지만 중순쯤 되면 그 비장함도 조금씩 흐릿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신을 번쩍 들게 할 묵직한 힘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건 이탈리아의 자부심, 바롤로입니다.
이 와인은 처음 잔을 채우면 좀처럼 속내를 보여주지 않아요.
'안개'라는 뜻을 가진 네비올로 품종답게 처음엔 좀 뻑뻑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죠.
하지만 한 시간, 두 시간...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기다려보세요.
어느 순간 장미 향기와 함께 우아한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힘찬's 힌트: 바롤로의 타닌이 너무 강하다고요? 걱정 마세요. 여러분의 새해 의지보다는 훨씬 부드러울 테니까요.
이 와인 한 잔이면 다시 한번 헬스장으로 향할 용기가 생길 겁니다.

2월: 실크 스카프처럼 부드러운 고백 '피노 누아'

세상이 온통 분홍빛인 2월, 밸런타인데이가 기다리고 있죠.
이때는 힘보다는 섬세함이 이깁니다. 피노 누아는 아주 까다로운 품종이에요.
조금만 환경이 안 맞아도 토라져 버리는 공주님 같지만, 잘 만들어진 피노 누아는 그 어떤 와인보다 관능적입니다.
맑은 루비색 액체가 목을 타고 넘어갈 때의 그 실크 같은 부드러움!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이 와인을 기울인다면, 굳이 긴 말이 필요 없을 거예요.

힘찬's 힌트: 초콜릿 선물도 좋지만, 피노 누아 한 병이면 게임 끝입니다. 초콜릿은 살이 찌지만, 이 와인은 분위기에 취하게 하니까요.

3월: 봄바람에 실려 온 향기 폭탄 '게뷔르츠트라미너'

꽃샘추위와 미세먼지로 답답한 3월, 코끝을 뻥 뚫어줄 화사한 향기가 간절해집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잔에 따르는 순간 리치와 장미꽃 향이 거실을 가득 채웁니다.
마치 방금 디퓨저를 쏟은 것처럼 말이죠! 봄철 입맛이 없을 때 시원하게 해서 한 잔 드셔보세요.
잠자던 후각과 미각이 동시에 깨어나는 마법을 경험하실 겁니다.

힘찬's 힌트: 이름이 너무 길어서 주문하기 겁나시나요? 그냥 "게뷔르츠..."까지만 말씀하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준비해 드릴게요.

4월: 벚꽃 아래에서 즐기는 핑크빛 위장술 '로제'

벚꽃이 만개하는 4월, 다들 피크닉 계획 세우시죠? 돗자리 위에서 가장 돋보이는 와인은 단연 로제입니다.
흔히 로제는 달다고 생각하시지만, 프로방스 스타일의 로제는 아주 산뜻하고 드라이합니다.
치킨이나 김밥 같은 피크닉 음식들과도 찰떡궁합이죠. 흩날리는 꽃잎을 잔에 담아 핑크빛 낭만을 만끽해 보세요.

힘찬's 힌트: 꽃구경 인파에 치이기 싫다면 베란다에 앉아 이 와인을 따세요. 그곳이 바로 명당입니다.

5월: 감사한 마음을 담은 묵직한 클래식 '카베르네 소비뇽'

챙길 사람이 많은 5월입니다. 선물용 와인은 호불호가 없어야 하죠. 그럴 땐 나파 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이 정답입니다.
풍부한 일조량을 받고 자라 진하고 파워풀한 블랙베리 향이 일품입니다.
어버이날 한우 구이나 갈비찜과 함께하면 "아, 우리 아들(딸)이 최고네!"라는 칭찬을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힘찬's 힌트: 현금 봉투는 금방 잊으셔도, 이 와인과 함께한 근사한 저녁 식사는 1년 내내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됩니다.

6월: 나른한 오후를 깨우는 자몽 소나기 '소비뇽 블랑'

슬슬 더워지는 6월, 몸도 마음도 축 처지기 쉽죠.
이때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냉장고에 아주 차갑게 넣어두었다가 꺼내세요.
갓 깎은 풀 향과 톡 쏘는 자몽 향이 입안을 산뜻하게 씻어줍니다.
마치 한여름에 내리는 소나기처럼 청량감이 어마어마하죠.

힘찬's 힌트: 상사에게 한 소리 들은 날 퇴근하고 한 잔 마셔보세요.
상사의 잔소리보다 훨씬 날카로운 산미가 당신의 스트레스를 싹 씻어줄 겁니다.

7월: 눅눅한 장마를 뽀송하게 만들어줄 '알바리뇨'

비가 지겹게 내리는 7월, 습도 때문에 불쾌지수가 올라가죠?
이럴 땐 스페인의 알바리뇨가 구원투수입니다. 바닷가 마을에서 자라 미세한 짠맛과 미네랄이 느껴지는데, 이게 장마철의 눅눅함을 싹 잡아줍니다. 비 오는 날 해물파전에 막걸리도 좋지만, 알바리뇨와 페어링해 보세요.
훨씬 세련된 비 오는 날의 정취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힘찬's 힌트: 제습기가 시원치 않다고요? 알바리뇨를 한 잔 하세요. 몸속부터 뽀송뽀송해지는 기분이 들 테니까요.

8월: 폭염을 뚫는 어른들의 탄산수 '프로세코'

숨만 쉬어도 더운 8월입니다. 복잡한 이야기는 딱 질색이죠.
이럴 땐 시원하게 팡팡 터지는 프로세코가 최고입니다. 샴페인보다 가볍고 과일 향이 풍부해 부담 없이 즐기기 좋죠.
얼음 바스켓에 꽂아두고 시원하게 즐기는 프로세코는 그 어떤 피서보다 완벽합니다.

힘찬's 힌트: 탄산수 대신 이 녀석을 선택하세요. 인생이 훨씬 즐거워지는 마법의 탄산수니까요.

9월: 명절의 기름짐을 씻어주는 신사 '키안티 클라시코'

추석 음식을 먹다 보면 금세 입안이 기름져지죠.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해야 할 와인이 바로 키안티 클라시코입니다.
산뜻한 산미가 느끼함을 잡아주고 전이나 고기 요리를 더 맛있게 만들어줍니다.
보름달 아래서 가족들과 도란도란 나누기에 가장 예의 바른 와인이죠.

힘찬's 힌트: 잔소리하는 친척의 잔을 이 와인으로 채워주세요. 와인이 너무 맛있어서 안주 드시느라 잔소리가 멈출지도 모릅니다.

10월: 고독이 향기로워지는 시간 '시라'

낙엽이 지는 10월은 조금 센치해져도 괜찮은 달입니다. 혼자만의 사색이 필요할 땐 프랑스 북부 론의 시라를 추천합니다.
검은 과실 향 뒤로 톡 쏘는 후추 향과 가죽 향이 올라오는데, 그 깊이가 가을밤의 정서와 딱 맞닿아 있습니다.
고독을 즐기기에 가장 멋진 동반자죠.

힘찬's 힌트: 트렌치코트 깃을 세우고 이 와인을 따보세요. 분위기에 취해 시 한 편 뚝딱 써 내려갈지도 모릅니다.

11월: 초겨울 한기를 녹이는 버터 담요 '샤르도네'

찬 바람이 부는 11월, 화이트 와인도 포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입니다.
오크 숙성된 캘리포니아 샤르도네는 버터와 구운 빵의 고소한 풍미가 가득합니다.
입안을 꽉 채우는 부드러운 유질감은 마치 따뜻한 담요를 덮은 듯 몸을 훈훈하게 만들어주죠.

힘찬's 힌트: 난방비 아끼고 싶을 때 이 와인 한 잔 하세요. 뱃속부터 뜨끈해지는 게 천연 히터가 따로 없습니다.

12월: 일 년의 고생을 보상받는 별들의 축제 '샴페인'

마지막 12월, 한 해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신을 위한 최고의 보상은 역시 빈티지 샴페인입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섬세한 기포는 잔 속에 담긴 별들과 같죠. '펑' 소리와 함께 일 년간의 스트레스는 날려버리고, 화려한 피날레를 즐기세요.

힘찬's 힌트: 샴페인 기포의 숫자만큼 내년 복이 들어온다고들 하죠. 그러니 단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다 드셔야 합니다!
SNS 공유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2023 © www.somm.co.kr